박소정 (서울대학교)
2010년대 이후 K팝의 글로벌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K팝 산업을 둘러싼 인종과 젠더 이슈들이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관성적으로 수용되던 K팝의 표현 및 재현 양식들이 글로벌 수용자와 만나면서 갈등과 균열의 지점들이 포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K팝의 혼종성이라고 이해되던 것 속에는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의 위험이 내재해 있고, K팝의 초국적성은 사실상 민족주의 또는 ‘K중심주의’의 한계를 지닌다. 또한, K팝이 여성성 또는 남성성을 재현하는 방식에는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만한 지점들이 있지만, 한편으로 표피적인 변화에 불과하여 젠더화된 산업의 논리를 지속시킨다. K팝 산업의 위상이 달라져 가는 현재, 상업주의적 전략을 넘어서 동시대 글로벌 사회가 요구하는 문화감수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