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2023 ICAS 한국어 우수 학술도서상] 박소정 <미백: 피부색의 문화정치> (2022)2024-02-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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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서울대학교)


《미백: 피부색의 문화정치》는 아시아 연구분야의 뛰어난 도서와 논문에 수여되는 2023 ICAS 한국어 우수 학술도서상(IBP)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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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백: 피부색의 문화정치》는 미백이라는 일상적인 미의 실천을 포스트식민적 담론을 통해 파헤치고 있다. 미백에는 여러 속성이 부여되어 있으며,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르다. 과거의 화장품 소비자에게 미백이란 백인이나 일본 여성이 지닌 피부색으로 상상되었다면, 디지털 이미지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미백은 ‘SNOW’ 같은 카메라 필터 애플리케이션 속에서 발견하는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어떤 여성에게 미백은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갖춰야 하는 미의 조건이라면, 어떤 남성에게 미백은 자신을 가꾸는 방식에 눈을 뜨게 되는 계기다. 이처럼 미백은 일상 영역에 편재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매개되며, 큰 사건 단위의 무게보다 곳곳에 흩어진 미세한 무게로 존재한다. 저자는 들뢰즈와 가타리가 제시한 ‘배치’ 개념을 통해 산발적으로 흩어져 다양한 물질적・비물질적 형태로 존재하는 미백의 요소들을 한데 묶어 살펴본다.

미디어는 종종 선진국 백인에게 우월한 위치를 부여한다. 지난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백인 권력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피부색을 통해 차별하는 것이 인종 차별이라면, 미백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구를 넘어서 계급적 욕망을 내포한다. 미백은 전 지구적으로 존재하는 피부색을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한국인의 인종・종족적 위상을 재구성하고 있다. BTS의 미백 보정 사진을 보며 백인의 미의 기준을 답습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해외 팬들이 있는가 하면, 이러한 한국식 미백의 아름다움이 새로운 미의 표상을 제공하고 있다는 해석과 함께 한국인을 닮고 싶어 하는 욕망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미백은 이미 ‘표피’의 문제를 넘어서는 현상이다. 미백은 단순히 한 개인의 미적 욕구만이 아니라 다층적인 문화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